색소폰을 불며 실로 오랜만에 색소폰을 분다. 매일 불어도 모자랄 판에 한 달이 넘어서 다시 부는 것 같다. 남들이 부는 것이 늘 부러웠던 악기였는데 제주에 내려 와 집을 짓고 나서 좀 한가해지자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했었다. 공부라야 일주에 두 번 한 시간 씩 일 년을 다 못 채우고 작파했다. 오래가지 못한 것은 내 탓이 컸다. 나는 악보를 보고 연주를 하기보다는 귀와 손 감각으로 연주를 했다. 선생은 그것을 고쳐야 한다고 하고 나는 그냥저냥 하려고 하다가 파토가 된 것이다. 우물 주물 넘어가려는 내게도 나름대로 할 말은 있었다. 내가 뭐 세계적인 연주가가 되려는 것도 아니고 잘하면 ‘아 목동아’나 한곡 불건데....... 세계적 테너 파바로티가 악보를 잘 못 읽었다는데..... 악보를 잘 못 읽어도 찬양대에서 “할렐루야”도 했는데...... 게다가 선생 탓도 좀 있긴 하다. 선생의 주선으로 산 반주가가 너무 낡아서 고장이 잦았다. 돈을 더 주더라도 새것으로 바꿔 달라고 반품했지만 새 반주기는 오지 않았다. 그러노라니 선생의 다른 흠도 눈에 띄게 되었고 이런 구실 저런 구실로 우리의 만남은 소원 해저 갔다. 내 레퍼토리가 열곡을 넘게 되자 나는 아내와 함께 봉사(?)랍시고 요양원이나 노인정 그리고 교회에 연주를 하러 다녔다. 그런 연주를 하고나면 더 잘하고 싶어서 우리끼리의 연습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거의 찬송가뿐인 우리의 연주를 좋아해줄 관객은 많지 않았다. 유행가도 좀 더 배우고 신나게 춤을 추는데 알맞을 음악도 더 배웠어야 하는데 우리는 “선구자” “하늘가는 밝은 길이” 주변을 벗어나지 못 하고 있었다. 인기 없는 악단의 연습은 매일 몇 분씩이라도 지속되지 못했다. 게으름은 병처럼 파고든다. 삑 백 거리다가 음정을 겨우 가다듬고 한 두곡 연주하고 나면 그냥 악기를 놓는다. 타락한 연주가들은 나태와 자기기만으로 스스로의 격을 떨어트리면서도 한 달에 한번 악기를 불고도 가책이 없었다. 이따금 악기와 눈이 마주치면 “내가 뭐 프로인가?” 두고 써먹는 자기변명을 하면서 눈을 악기에게서 돌린다. 그래도 허전한 마음일 때는 악기를 꺼내들고 마우스피스를 물에 적시며 “미안해”한다. 그렇게 제 멋 데로인 연주가에게 악기는 관대하다. 대강 불어도 소리를 내준다. 조금 틀려도 토라져 싹 돌아선 여자 같진 않다. 다시 불면 정확한 발성을 해준다. 굳은 손에도 감이 돌아오고 음감도 찾아지면 몇 곡을 연속해서 불수가 있다. 하지만, 체력을 빙자하거나, “그만하면 .....”하는 봐주기가 나서면 자만한 손가락이 어김없이 틀린 음을 내게 마련이다. 모든 예술은 지긋하게, 겸손하게, 꾸준하게 연습하고 갈고 닦아야 한다. 결과는 노력한 만큼, 정직하게, 어김없이 나온다. 또 하나의 수련 과제를 섣불리 건드린 셈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