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을 걸으며 화창한 봄날 숲길을 걷을 수 있는 것은 내가 받은 축복 가운데 하나다. 내가 자주 찾는 숲길은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는 없다. 동행이 있으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서 걸을 수 밖엔 없다. 하지만 거의 전부의 산책길이 덕석으로 덮여 있어서 돌에 걸려 넘어질 염려가 없다. 산책길은 스틱이 필요 할 만큼 가파르지도 않다. 산책길을 편백나무나 삼나무 그리고 소나무가 많은 숲이라 걷는 이들이 마스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심호흡을 열심히 해서 오염된 공기로 찌든 허파를 깨끗하게 해줄 수 있다. 하늘은 연녹색 잎사귀들로 가려서 좁아 보이지만 희망을 다 망가트리지 않았다는 신호 인 듯 구름이 둥둥 떠 있다. 흑수저라서 금수저를 부러워하는 이에게도 금수저가 보는 하늘을 다 볼 수 있게 해준다. 나 같은 이제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도 구름은 아직 행복한 나날이 남아 있다고 말해주며 지나간다. 숲속은 조용한듯하지만 바람이 속사기는 양 내 귀를 스쳐지나간다. 종다리가 울고 가면 딱따구리가 소음을 보탠다. 키가 큰 나무들 밑에는 꽃들이 자라기 힘든가보다. 그래도 천남성이 흔하게 보인다. 언젠가는 사약(賜藥)으로 쓰일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 숲길에는 도라지나 더덕향이 가득하다. 둥글래, 산초, 두릅도 흔히 보인다. 숲은 곧게 높이 자라는 나무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모든 것을 참고 사느라 응어리가 많고 삐툴빼틀 자란 이름 모를 나무는 구불구불 험하게 자라면서도 살아남아 있다. 소나무를 휘감고 햇볕을 찾아 올라간 칙 넝쿨은 누군가가 톱으로 잘라 놓아 소나무를 살렸다. 짝을 찾는 노루가 내는 소리는 간절하긴 한데 감미롭지도 않고 구성지지지도 못하다. 까마귀 소리는 아무리 보아주려도 귀에 거슬린다. 이런 좋은 숲길을 지나다가 마주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열 가운데 하나나 둘이 인사를 할 뿐 그저 묵묵히 지나간다. 아니 조용히 지나가는 사람의 손에는 스마트 폰이 들려 있다. 누군가와 무슨 통신을 하곤 있다. 하지만, 오늘 자기와 소매를 스친 사람과의 인연이 저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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