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神妙)
공자께서 사람의 나이 칠십에 이르면 하늘의 뜻을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 말씀은 내 나이 팔순을 넘어서면서 달성하기 어려운 도전(挑戰)이 되었다.
하늘의 가르치심과 뜻하시는 바가 선(善)하고 순(純)하며 사랑으로 가득찬 것임을 살펴 아는 안목은 어느 정도 터득한 바이다. 하지만, 내가 그 가르침과 뜻에 따라 살아감으로서 내 곁 사람들도 그런 이치에 따라 살도록 교도(敎導)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여겨진다.
그렇게 어렵다고 느껴질수록, 유감스럽게도, 나만이라도 우선 바르게 살아가자는 소극적 생활방식으로 여생을 부지해 간다.
사실, 나이든 사람들이 주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의 삶이 남들의 눈에도 바람직한 삶이어야 한다.
자기의 뜻하는 바를 남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 상관관계는 존경, 신뢰 및 애착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그런 바탕에 정제(精製)된 의사전달술(Communicaton skill)로 의도하는 바를 전달해야 한다. 전달은 듣는 이에 따라 차분하고 반복적이어야 할 때도 있다. 배우는 이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한다. 단순한 언어만으로는 소리로 끝나거나 몸동작으로 한정되기 십상이다. 상당한 경륜과 진실한 애정에서 말해주는 이야기가 꼰대의 잔소리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바로 이런 기초를 소흘히 해서이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내 일상생활에서 이런 깨우침을 잘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유감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어느 오후 산책 길에서였다.
나는 한 마리의 들 고양이를 발견했다. 양지바른 언덕에 누워 햇볕을 즐기는 늙은 고양이는 눈을 깜박거릴 뿐 나를 바로 쳐다보려 하지 않았다. 고양이의 안락한 오후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나는 그냥 산책을 계속했다. 하지만, 그 고양이를 위해서 사람들이 놓고 간 먹이와 그릇들은 눈여겨보았었다.
그 이튿날 오후. 나는 산책을 나서면서 고양이를 위해서 물과 빵부스러기를 챙겼다.
그리고 고양이가 있던 언덕에 다다랐을 때 나는 “야옹”하고 고양이를 불렀다. 세 번이나 “야옹”했을 때에야 늙은 고양이가 “야옹”하며 화답하고 나왔다. 나는 서둘러 챙겨 간 물을 한 그릇에 부어주고 빵 부스러기를 다른 그릇에 부어주었다. 고양이는 느릿느릿 그릇쪽으로 내려 왔다. 나는 고양이가 느리게 나마 내려와 내가 준 변변찮은 먹이를 먹는 것을 보면서 내가 늙은 고양이와 뜻을 통하게 된 것을 기뻐했다. 내게 동물과도 통할 수 있는 신묘(神妙)한 소통능력이라도 터득한 도사(道士)가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오후.
나는 고기 국물에 밥을 서너 수갈 말어 들고 산책 길을 나섰다. 늙은 고양이가 추운 날씨에 어찌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내가 동물과 소통활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을 다시 기뻐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고양이를 이쯤에서 만났었지? 하면서 걸음을 멈추고 막 고양이를 부르려든 참이었다. 어느 새 고양이는 내 앞에 있었다. 그리고는 “얼른 내놔요” 하는 듯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더듬 더듬 비닐 봉지를 열고 준비해온 것을 내놓으면서 나는 또 하나를 배우고 있었다. 고양이가 갖고 있는 탁월한 후각을 활용하면 어줍잖은 “야옹”소리 없이도 고양이와 잘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터득하는 것이었다.
내가 팔순을 넘기는 늙은이가 되어서 신묘(神妙)한 소통능력을 터득한 게 아니라 늙은 고양이의 후각이 고양이를 귀신 같은 고양이 즉 신묘(神猫)로 만든 것이었다.
내가 참으로 터득한 것은 (소통은 상대의 관심과 주의를 끌기 위한 요소를 자극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성공한다)는 것이었다.
(2018/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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