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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老情)
叡松 이용수
매화꽃 핀 나무 위에서
노래하는 까치처럼
어여쁘던 당신이
사막의 타조마냥 변한 듯 보이면
나는 마음속으로
당신의 거친 손을 꼬옥 잡습니다.
평원을 달리는 표범처럼
멋지던 내가
아프리카 낙타처럼 늙었다 하여
당신도 나의 손을 떨치지 않는 것처럼.
긴 세월, 모진 풍파 헤쳐 나오며
우리 함께 달려온 이 땅 위에서
서로가 닮아 버린 우리들 모습.
이룩한 것 무엇인가 뒤돌아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남는 건 우리들의 지나온 이야기.
누가 알려 하랴,
고비 고비 뿌려 온 눈물과 땀방울.
이제는 천천히,
저 하늘, 저 태양, 달과 별
준험한 산맥과 떠가는 흰 구름
흘러가는 강물, 파도치는 푸른 바다
싱그러운 수풀과 노래하는 짐승들
고마운 사람들과 귀여운 아이들
이 엄청난 모든 것을 뜨겁게 사랑하며
천천히, 천천히 걸어갑시다.
저 멀리 석양이 아름다운
지평선 너머
새 세상이 우리를
맞을 때까지.
*제13회 한국전쟁문학상 수상(2005년) 시집인
<미궁에도 미로가 있다>에 수록
*2004년 등단 신인상 당선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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